배양육은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 전통 축산의 한계,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이라는 세 가지 압박 속에서 세계는 지금 새로운 단백질원을 찾고 있습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배양육(Cultivated Meat)’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본격적인 상용화 흐름이 나타나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고기"를 목표로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배양육 개발 사례가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식문화와 산업의 지형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목차
- 배양육, 왜 지금 주목받는가?
- 글로벌 배양육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나
- 기술, 비용, 규제 — 산업이 마주한 현실
- 한국의 기술 현황과 의미 있는 시도들
- 배양육 산업의 미래: 가능성과 과제
1. 배양육, 왜 지금 주목받는가?
배양육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환경, 식량 위기, 그리고 윤리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이 전 산업군에 요구되면서 축산업은 주요 감축 대상이 되었습니다. 전통 축산은 메탄가스를 다량 배출하고, 광대한 토지를 점유하며, 사료 생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탄소발자국이 막대합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4.5%가 축산업에서 비롯되며, 이는 전 세계 교통 부문 전체보다도 많은 양입니다.
또한,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97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단백질 수요도 폭증할 전망입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며, 특히 단백질 공급의 지역 격차는 식량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동물복지 이슈가 결합되면서, 도살 없는 고기, 즉 '배양육'은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납득 가능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 글로벌 배양육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쓰고 있나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배양육을 상용화한 나라는 싱가포르입니다. 2020년,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스타트업 ‘Eat Just’가 만든 배양육 치킨에 대한 상업 판매를 승인하며 세계 최초의 ‘실험실 고기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Upside Foods’와 ‘Good Meat’가 FDA와 USDA의 공동 승인을 받아 정식 판매에 나섰습니다. 이 기업들은 초기에는 고급 레스토랑 중심으로 유통하며 소비자 반응을 유도하고, 이후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Aleph Farms’는 배양육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으며, 호주의 ‘Vow’는 메추리와 같은 희귀 단백질에 집중해 시장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기업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정밀 고기 구현에 힘쓰며, 아예 고기 외형부터 근육 섬유, 지방 분포까지 모사하려는 고도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고기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기 카테고리’를 창출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기와 비슷하되, 고기보다 더 환경친화적이고 위생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3. 기술, 비용, 규제 — 산업이 마주한 현실
배양육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도 여전히 큽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비용입니다. 초창기 배양육 햄버거는 한 개당 30만 달러가 들었고, 이후 지속적인 연구와 규모 확대로 단가가 수천 분의 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통 육류보다 비쌉니다. 특히 배양 배지와 스캐폴드(세포 고정 구조물), 성장 인자 등은 고가의 바이오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단가 인하가 핵심 과제입니다.
이와 함께 식감 구현 기술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단순한 단백질 덩어리로는 ‘고기 같은 느낌’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근육 섬유 구조를 어떻게 모사할 것인지가 기술 개발의 핵심입니다. 최근에는 3D 바이오프린팅, 인공 마블링 기술 등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합니다.
또 하나의 관문은 규제입니다. 미국의 경우 FDA와 USDA가 공동으로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며, 일정 기준을 통과한 제품은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반면 유럽은 규제 문턱이 높고, 일본과 한국은 아직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식품으로 인정받는 순간, 유통과 소비 확대가 가능해지는 만큼, 각국 정부의 규제 동향은 산업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4. 한국의 기술 현황과 의미 있는 시도들
한국에서도 배양육 관련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오렌지카우’**의 사례는 상징적입니다. 이 기업은 식물성 단백질과 세포배양 근조직을 결합해 스테이크 형태의 하이브리드 배양육을 구현한 국내 첫 기업입니다. 미세한 고기 결까지 재현하고, 지방 삽입으로 마블링까지 표현하는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비용 절감 기술입니다. 기존의 배양육 생산은 비식용 소재인 마이크로캐리어를 사용해야 했지만, 오렌지카우는 식용 소재로 캐리어를 만들어 수확 공정을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배양육의 상업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부터 관련 기준 정비에 착수하면서 규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 R&D 지원과 민간 기술의 결합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 역시 글로벌 배양육 시장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5. 배양육 산업의 미래: 가능성과 과제
배양육은 단순히 축산업의 대체제가 아닙니다. 기술 혁신, 윤리적 가치, 글로벌 식량 전략이 모두 맞물리는 교차점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소비자의 인식 개선입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배경 탓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으며, ‘진짜 고기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규모의 경제 확보입니다. 생산 공정의 대형화와 자동화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법적 기반과 제도적 인정입니다. 식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망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명확한 정책이 필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은 분명 ‘식량의 미래’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 변화와 자원 위기 속에서, 인간은 ‘고기를 먹는 방식’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고, 남은 건 사회와 제도의 수용입니다.
FAQ
Q1. 배양육은 유전자 조작과 관련 있나요?
→ 대부분의 배양육은 유전자 조작이 아닌,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하여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GMO와는 구분되며, 안전성 검토 역시 별도로 진행됩니다.
Q2. 배양육은 언제쯤 마트에서 볼 수 있을까요?
→ 싱가포르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상업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은 관련 규제가 정비 중이므로, 본격 유통은 2026년 이후로 예측됩니다.
Q3. 환경에 진짜 도움이 되나요?
→ LCA(전 과정 평가) 연구에 따르면, 전통 축산보다 최대 90% 이상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물과 토지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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